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사모펀드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모 펀드는 개인 회사 (Private Company)에 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 또는 그런 투자 단체입니다. 회사마다 투자 방법은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차입 매수 (Leveraged Buyout)을 통해서 회사를 사서 3년~5년 후에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모 펀드가 처음으로 유명해진 것은 1980년대로 (그때는 사모 펀드보다는 차입 매수회사라고 불렸습니다) 여러 회사를 구조조정 위기에 빠트리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차입 매수는 회사를 살 때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회사를 사 최소의 금액을 투자해서 최대의 이익을 남기려는 투자 행태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회사의 가격이 500억이라면 200억을 빌려서 산 다음에 그 회사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빌렸던 빚을 갚은 다음에 몇 년 후에 회사를 더 높은 가격으로 더 팔면서 이익을 남기는 것입니다. 단, 기간 동안 회사의 수익으로 빌렸던 빚을 갚아야 하고 재무 건전성을 회복해야 하므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하기도 합니다. 밋 롬니가 2012년 미국 대통령 대선에 출마할 때도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 Bain Capital이라는 사모 펀드를 운영했다는 점이었습니다. Bain Capital이 단기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많은 사람을 해고하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부실화되거나 급매물로 나온 대기업을 한국산업은행이 인수했다가 정상화 후 되파는 일이 많은데, 이때 산은은 금산분리를 우회하기 위해 피인수 기업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대신 반수 이상을 출자한 사모 펀드를 내세워 인수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입니다.
모든 직장 중 연봉이 가장 높은 직장이 상위권 사모펀드/헤지 펀드들 입니다. 의사, 변호사와는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격차가 크고 어느 정도 승진하면 대기업 최고경영자보다 더 많이 벌게 됩니다. 패밀리 오피스 같은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여기는 인지도가 너무 낮으므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세계최대의 사모펀드 중 하나인 블랙스톤 그룹은 평균연봉이 81만 달러입니다. 사모펀드 CEO 단위로 가면 수천억 단위로 뛰게 됩니다. 헤지펀드 CEO 중에는 일 년에 조 단위로 버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엄청난 수익을 남기고 있으므로 월가 투자은행 분석가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억대 연봉 가까이 받는 투자은행 2년 차 분석가들이 이쪽이나 헤지펀드로 많이 빠져나갑니다. 사실 2년 차 분석가들과 갓 이직한 사모 펀드 분석가들은 연봉의 차이가 그다지 없지만, 의뢰인을 상대하지 않을 수 있어 갑질을 피할 수 있습니다는 점, 투자은행보다 더 적은 근무시간, 이 두 가지 때문에 사모 펀드에 많이 이직합니다. 최상위 외국계 PE의 한국 지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로컬 운용사의 경우는 다릅니다. 파트너를 제외하고 아래 실무진들이 받는 급여의 수준을 보자면 투자은행이나, 로컬 증권사보다 오히려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 들어오려는 많은 사람은 대박의 성과보수 (Carried Interest)를 바라보고 상대적으로 회계법인, 증권사 등보다 낮은 급여를 수년씩 감내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성과보수란 펀드가 수익률이 연간 평균 8%를 초과하는 초과수익 중 20%를 PE 운용사들이 가져가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 성과보수란 것은 통상적으로 펀드가 만기가 되어야 발생합니다. 한국 대부분의 PEF는 청산한 펀드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펀드가 만기가 되려면 1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10년의 기간 동안 소위 수 많은 사내 정치 등으로 인하여 파트너급을 제외한 실무진들은 그 전에 "튕겨"져 나간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만약 당신이 당장 PEF 운용사에 입사하더라도 PEF가 입사 시점에 운용 중인 펀드에서 발생할 성과보수는 거의 99%의 확률로 당신에게 배분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엄청난 가족 백그라운드가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입사 후 새로 결성되는 펀드의 투자업무에 참여하고 8년 혹은 10년을 버텨야 성과보수 일부를 받아가는 것입니다. 일부 사악한 PEF 운용사는 펀드 만기 전에 이런저런 이유로 동고동락한 실무진을 잘라내거나 혹은 주더라도 3년에 걸쳐서 나눠서 줍니다. 결국 이 바닥도 배덕의 바닥인 것입니다. 결국, 10년의 펀드 운용 기간에 성과급 거의 없이 지낸다는 것이 한국 PEF의 현실이고 또 혹여 10여 년을 버텨서 목돈의 성과보수를 받는다고 쳐도 옆에 있는 증권사 다니는 친구가 같은 기간 동안 받은 성과급의 합계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결론은 PE 업계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사장", "파트너"가 되어야 돈을 버는 생리임을 알아야 합니다.
2014년 신문기사에 따르면, PEF는 주로 기관을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금을 끌어모아 인수·합병을 거친 후 기업을 매각하면서 이익을 얻습니다. 이 때문에 운용능력뿐만 아니라 자금 동원이나 투자처의 물색, 기업경영 등 여러 방면에서 정보와 인맥을 갖춘 유력인사, 가문의 ‘주니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 PEF 관계자는 “정·관계나 재계 주요인물들의 자녀들은 상당수가 어린 시절부터 조기유학을 하거나 부촌에서 거주하면서 최고 학군에서 교육을 받아 자연스럽게 탄탄한 인맥을 쌓게 된다”며 “부친이나 가문의 후광에서 얻는 인맥까지 더해져 사업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합니다. 인수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정부나 금융당국 등과 효과적으로 접촉해 협상할 수 있는 ‘로비력’도 유력인사들의 자녀들이 참여하는 PEF들의 강점으로 꼽힙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경우 대부분 어떤 PEF들의 배경이 더 탁월한지가 인수 경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며 “규모가 큰 거래일수록 PEF 파트너의 ‘보이지 않는 힘’이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금수저가 아니라도 사모펀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10대 독립게 PEF의 운용역 130명을 조사했습니다. 그러자 이 중 63명이 투자은행에서 일하다 합류했고 8명이 삼성그룹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워낙 업계가 좁으니만큼 'PEF에 들어가는 정답' 같은 것은 없으므로, 개개인의 커리어 패스를 관찰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이런 사모 펀드들이 엄청난 이익을 남김으로써 이에 대한 비판도 많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가장 큰 비판은 사모펀드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사모 펀드의 비판자들은 사모 펀드가 하는 일은 그저 회사의 운영권을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에서 옮기는 것밖에 없다면서 아무런 가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어떤 회사들은 사모 펀드에서 사모 펀드로 몇 번씩 팔려나간다고 결국 구조조정을 당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사모펀드는 재계의 전당포 혹은 재계의 재활원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KKR의 경우에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자금 사정이 안 좋아진 AB인베브가 시장에 내놓은 OB맥주를 인수한 다음, 실사를 통해 영업본부장을 CEO로 선임하고는 전권을 위임했습니다. 그 결과, OB맥주는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와 영업활동 덕분에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달성했고, KKR은 5년 만에 400% 더 비싼 값을 받고 AB인베브에 재매각했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대기업이 인수했는데도 달성하지 못한 1위를 사모펀드가 손대고 5년도 안 돼서 1위를 달성한 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모릅니다.
둘째로, 사모 펀드들은 그들이 산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3년이나 5년 후에 회사를 되파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회사가 10년 후에 잘될지는 그들에게 상관이 없습니다. 또한, 회사들을 살 때 빚의 비중이 50%에서 80%에 해당하기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서 회사의 이익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향후 5년이나 1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사모펀드에 팔린 회사는 또 엄청난 빚을 떠안아야 하므로 구조조정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사모펀드도 장기투자를 합니다. 물론, 우량회사에 한해서지만 10년이든 20년이든 사모펀드가 들고 있는 회사들이 영미권에서는 매우 많은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때문에 금산분리 회피에 악용될 것을 우려, 사모펀드 수명을 15년으로 제한해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하지만, 영미권은 삼성이나 현대처럼 한 국가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재벌이 없으므로 가능하다.
셋째로 사모 펀드가 정말로 회사들을 더 나아지게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모 펀드들은 가격이 낮게 측정된 회사를 사 그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려 판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모 펀드가 그 회사의 장기적인 가치를 나아지게 하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또한, 사모 펀드는 자신들의 산 회사를 담보로 돈을 더 빌려서 펀드의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줄 수도 있습니다. 이게 합법입니다. 본격 회사 사서 ATM으로 만드는 모양입니다. 이를 영어로는 Dividend Recapitalization이라고 합니다. 1번에 대한 반박에 나온 OB맥주가 가장 좋은 반례입니다. 회사들이 은행권에서 손쉽게 조달하기 힘든 거액의 자금을 사모펀드에서는 손쉽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모펀드가 마냥 돈만 빼먹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2010년대 들어서 OB맥주가 하이트를 젖히고 1위가 된 것은 사모펀드 KKR 산하에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매년 배당금을 1,600억 원씩 받았다고 비판하는데, OB맥주 자체의 현금창출력이 좋았던 데다 이들은 OB 맥주 주식의 100%를 보유했습니다. 1년 매출에서 영업비나 인건비, 설비투자비, 연구개발비를 모두 제하고도 남은 걸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는 점입니다. 국내 최대의 나프타분해시설을 갖춘 여천 NCC도 자사 주식을 각각 50%씩 보유한 한화케미칼과 대림산업에 매년 각각 1,000억 원씩을 투하합니다. 사실, 사모펀드가 하는 행동은 재벌들도 많이 하는데, 금호그룹의 인수합병이 가장 안 좋은 사례입니다. 덩치를 불리려는 목적으로 그룹 내 유동성은 생각도 안 하고 차입매수를 한 다음, 피인수 회사였던 대한통운의 현금을 빼내려고 기존 금호그룹 계열사들을 시세보다 비싸게 대한통운에 팔았습니다. 그러고는 그 돈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했는데, 부족한 자금을 메워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주가변동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옵션을 걸었습니다. 하필이면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직후에 터져서 망해버렸지만, 금호그룹의 현금창출능력이나 세계 경제의 흐름을 고려해도 무리수였다는 게 중평입니다. 오히려, 재벌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욕먹어가면서 뒤처리해주는 게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필요악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넷째,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사모 펀드는 헤지펀드와 같이 소수의 부유한 투자자들이 주요 투자자로 빈부 격차를 더 크게 만든다는 데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습니다. 주식회사와 달리 개인 회사에 투자하기는 매우 힘들어서 사모 펀드에 직접 투자할 수도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부유한 자산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대형 연기금들이 사모펀드에 위탁 운용을 의뢰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직접 투자하기 까다로운 부분들이 있으므로 그런 거로 보입니다.
사모펀드로 유명 회사로는 블랙스톤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모 펀드로 힐튼 호텔을 사기도 하는 듯 크고 아름다운 인수·합병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장인 스티브 슈워츠만은 억만장자로 New King of Wall Street이라고 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칼라일 그룹은 2013년 기준 운용 규모가 가장 큰 사모펀드. 2000년 한미은행 지분을 인수한 적이 있습니다. KKR (Kohlberg Kravis Roberts)는 RJR Nabisco( 세계적인 식품회사. 오레오도 이 회사 상품입니다.)를 LBO 방식으로 인수한 과정을 다룬 책 Barbarians at the Gate로 유명한 사모펀드. 최근 국내에서 성사시킨 건수로는 OB맥주 재매각이 있습니다. 투자한 지 5년 만에 400% 수익을 내고 되팔았습니다. CEO를 교체해 전권을 위임해서 회사체질 개선에 성공,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습니다. 론스타는 국내에서는 외환은행 인수로 악명높은 미국 텍사스 주 소재의 사모펀드입니다. 피닉스 컨소시엄은 영국 자동차산업의 마지막 보루였던 MG 로버 그룹의 주인이었습니다. 2000년에 MG 로버를 인수했을 때 환영받기도 했으나, 경영 관련 논란과 제정 난으로 2005년 4월에 폐쇄되었습니다. 존 타워스(John Towers)전 로버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4인은 2017년까지 기업 경영을 금지당한 상태입니다. MBK파트너스는 위의 칼라일에서 독립한 김병주(사명은 그의 영어 이름인 마이클 병주 김에서 비롯됐다고) 회장이 세운 국내 최대 사모펀드입니다. 그리고 한앤컴퍼니와 IMM PE[도 있습니다. 참고로 위의 3개 사모펀드를 국내 3대 사모펀드라고 부릅니다. 다만 창업자와 주요 운용역이 한국 사람일 뿐 자금 출처는 해외인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최소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펀드를 굴리다 보니 국내의 한정된 자금 풀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MBK의 펀드 모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골 출자자는 국민연금이나 국내의 공제회가 아니라 싱가포르의 국영 투자사 테마섹과 캐나다의 여러 연기금입니다. 지금까지 사모펀드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사모펀드라는 개념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그 일에 전문성은 매우 깊고 많은 양의 공부와 처세술이 필요합니다. 확실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이 점점 다가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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