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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바다

링컨 자동차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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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자동차는 미국 포드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링컨은 모회사 못지않은 유서깊은 그리고 험난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1917년 전 캐딜락 직원이었던 헨리 리런드에 의해 세워진 (본인이 1864년에 직접 투표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이름을 땄다고 합니다.) 링컨은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항공기 엔진을 제조하다가, 전쟁이 끝난 후 고급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1922년 포드에 인수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1937년식 링컨-제퍼입니다. 지금봐도 촌스럽지가 않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1961년식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입니다. 그리고 댈러스에서 암살당할 때 타고 있던 바로 그 차이기도 합니다. 한편 이 '링컨'이라는 이름때문에 도시전설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1978년식 타운 쿠페입니다.

 

포드 산하에서 링컨은 제퍼와 컨티넨탈 등 고급차의 대명사로 꼽히는 차량들을 내놓으며 캐딜락과 함께 쌍두마차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1970년대 들어서는 엄청나게 긴 휠베이스와 널찍한 실내,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전면부 그릴 디자인으로 극도로 미국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특히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대통령의 공식 의전 차량으로 쓰이면서 링컨은 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해 링컨을 포함한 고급차 시장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다른 회사들이 재빨리 다운사이징과 모델 개편을 펼치는 사이 링컨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링컨의 대표 모델인 컨티넨탈은 '가장 큰 양산차'라는 당시로서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성공에 안주하는 사이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은 8년 넘게 시대에 뒤떨어져 있었습니다. 링컨은 부랴부랴 대대적인 개편을 벌이고 타운카 등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다행히 시장에서 원래의 입지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라이벌인 캐딜락을 앞지르며 원래의 위상을 완전히 되찾은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링컨은 몰려드는 독일과 일본 고급차들의 공세에 입지를 잃어가고 있었고 특히 유럽산 디젤차 유행이 부는 바람에 가솔린 대배기량 위주의 링컨 차들은 영 인기가 없었습니다.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시대에 뒤쳐져가면서 시장에서 도태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1990년대 말 들어서는 기존 포드 차에서 디자인만 화려하게 바꿔 비싼 차로 포장시키는 수준의 안일하고 뻔뻔스러운 전략을 고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포드 치프 디자이너도 제대로 된 개성과 정체성도 없는 링컨의 미래를 걱정했을 정도입니다. 결국 1998년, 한때 포드의 혁신을 이끌어 가던 브랜드였던 링컨은 독자 브랜드 자리를 잃고서 재규어와 볼보 등이 소속되어 있던 포드 산하의 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 (PAG) 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2016년형 MKX                                                                              2017년형 MKZ
 

PAG 밑에서 링컨은 컨티넨탈 등 차량을 라인업에서 지우고 내비게이터(럭셔리 SUV의 대명사로 알려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보다 더 먼저 나와 사실상 럭셔리 SUV라는 시장을 개척한 차량이기도 합니다.) 등 새로운 차량을 개발하면서 생각보다 괜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비슷하게 침체기에 있던 캐딜락이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자 포드는 링컨 브랜드를 다시 부활시킵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 중형 스포츠 세단인 제퍼(MKZ)를 출시하며 지금까지도 쓰이는 MK 라인업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포드의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도 적용되어 5리터가 넘는 가솔린 V8 OHV 엔진을 달던 크고 아름다운 내비게이터에도 토러스 SHO에 달리는 V6 3.5리터 에코부스트 가솔린 터보 엔진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대대적인 혁신으로 링컨은 침체기에서 벗어났고, 날개 모양 그릴로 대표되는 링컨만의 우아한 정체성을 갖춘 디자인들을 선보여 럭셔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캐딜락은 그 무렵에 각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포드는 마침내 링컨을 포드 산하의 부서에서 격상시켜 동등한 브랜드의 위치로 복귀시켰습니다. 이후에도 MKZ 하이브리드 등의 모델로 "덩치 크고 기름 많이 먹는 차"라는 편견을 깨는가 하면 오너들을 위한 고급 서비스 등을 통해 럭셔리 이미지를 강화시켰습니다. 지금도 거대하고 휘발유를 들이키는 차는 맞기는 합니다. 2014년에는 아래 나오는 배우 매튜 매커너히를 내새운 광고 캠페인에 힘입어 전년 대비 16%의 성장률을 보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 광고에 대해서는 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부터, 날개 그릴이라 불린 스플릿 윙 그릴을 버리고 링컨 컨티넨탈에 최초 적용된 시그니쳐 그릴을 모든 라인업에 점차 적용시킨다고 하며, MK 작명법도 앞으로 버린다고 합니다. 얼마 뒤 공개된 링컨 MKX 2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링컨 노틸러스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자연스레 MKX는 단종되게 됩니다.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이지만 전륜구동인 포드의 차량을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디자인을 바꿔서 만들다 보니 Car and Driver 등의 매체에서는 다른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차급을 한 등급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MKZ는 몬데오를 기반으로 하며, 단종된 MKS는 토러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매체에서는 예를 들어 MKZ는 준대형 사이즈의 차지만, Car and Driver에선 MKZ를 Mid-Size Luxury(한국으로 치면 고급 준대형)가 아닌 Entry-Luxury(한국 기준 고급 중형)로 분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부터 포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던 기아자동차를 통해 링컨 컨티넨탈이 수입되어 왔고, 정부 고위직들의 관용차로 사용되면서 고급 자동차로서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이 후 1990년대 들어서 포드가 한국 법인을 세웠을 때 타운카를 시작으로 판매를 개시했습니다. 그러나 마침 링컨의 침체기와 맞물려 한동안 판매가 저조했고, 인지도도 급격히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링컨의 쇄신과 MKZ 하이브리드 등 차량의 인기에 힘입어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보다 광고도 더 많이 보였고 《킬미, 힐미》나 《그녀는 예뻤다》 등 여러 드라마에 PPL로도 등장하는 중입니다. 2015년 한국 2016년형 MKX 출시 행사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참석하여 주목받았습니다. 이외에도 대한민국에서는 타운카 리무진이 장의차로 쓰이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MKX도 차체를 늘려서 장의차로도 쓰이며, 김영삼 前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 안장 때 MKT 리무진 장의차에 운구됐습니다. 실제로 캐딜락과 함께 링컨은 장의차 관련 부서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현재 포드 코리아를 통해 대형 세단 컨티넨탈과 준대형 세단인 MKZ, 그리고 SUV 2종 MKX, MKC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를 한참 능가하는 악명높은 부품가격으로 인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으며 이는 캐딜락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다소 가격이 내려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싼 편입니다.

 

2014년 링컨은 영화배우 매튜 매커너히를 내세운 MKC 크로스오버 광고를 방영했습니다. 영화 《드라이브》의 감독인 니콜라스 빈딩 레픈이 감독을 맡아 영상미를 보여주었습니다. 문제는 내용이 괴랄하기 짝이 없다는 점입니다. 뭔가 확실한 의미를 전달하는 여타 자동차 광고와는 달리, 처음 나온 광고는 매코너헤이가 MKC를 타고 시내를 누비면서 "가끔은 앞으로 가기 위해 뒤로 돌아가야 한다" 같은 뜻을 알기 힘든 말들을 하는 장면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 게다가 아예 한 광고는 매코너헤이가 길막 도로 위에 서있는 소와 대화를 시도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이 나오게 된 것은 매커니히가 자연스러운 광고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본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이 평소 혼잣말하던 것처럼 연기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 때문에 이 광고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온갖 곳에서 패러디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의 패러디는 물론이고 유명 토크쇼 호스트들인 엘런 디제너러스와 코난 오브라이언도 각자의 쇼에서 패러디했습니다. 엘렌의 버전은 이후 매코너헤이가 직접 쇼에서 보게 되기도 합니다. 《사우스 파크》도 우버 등 카셰어링 서비스를 패러디한 에피소드에서 매커니히를 등장시켰습니다. 그러나 가장 압권은 짐 캐리가 등장한 SNL의 패러디 버전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광고를 까고 패러디하는 사이 링컨의 브랜드 인지도는 의도치 않게 급상승했습니다. 광고 방영 한 달 후 링컨의 전체 매출은 무려 25%나 증가했고, 특히 MKC의 매상이 크게 늘었습니다. 광고가 예상 외로 큰 성공을 거두자 링컨은 MKZ 하이브리드 광고에 또 다시 매커니히를 출연시켰습니다. 그리고 2015년, 매커니히는 2016년형 MKX 광고 모델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빈딩 레픈이 감독했던 이전 광고에 이어 MKX 광고는 무려 거스 밴 샌트가 맡기도 했습니다.  손 비비는 모습이 여전했으며, 이전보다 더 이미지적이고 럭셔리한 모습이 강조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또 2017년형 네비게이터와 MKZ 광고에 다시 등장하면서 사실상 링컨 공식 홍보대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개랑 점심으로 뭘 먹을지 대화하고 정장을 입고 다이빙을 하는 등 기행은 더 심해지기도 했습니다. 매커니히는 2011년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짐 캐리가 출연한 SNL의 스케치에서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찍은 직후면 몰라도 지금 왜 이 광고를 찍냐"며 패러디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실제로 이 영화 덕에 매커니히가 링컨 광고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매커니히는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타게 되었던 링컨 타운카에 매력을 느껴 이후 직접 구매했고, 이후 직접 내비게이터를 자가용으로 구입해서 타고 다녔습니다. 광고에서 "난 누구한테 돈을 받기 전부터 링컨을 운전해 왔다" 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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