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투자를 하다 보면 파생상품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됩니다. 파생상품이라는 용어는 낯설고 쉽게 와 닿지도 않는 말이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니다. 파생상품은 정확하게는 원래 상품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또 다른 상품을 의미하지만, 주로 쓰이는 의미는 고위험 고수익 도박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현금 흐름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말합니다. 주식과 채권뿐만이 아니라 곡물, 육류, 석유, 금 심지어 날씨까지 거래상대방만 있다면 실물뿐만이 아니라 지수 같은 추상적 개념들도 기초자산으로 할 수 있습니다. 말이 어려울 뿐이지, 파생상품의 개념은 간단하다. 기초자산의 모든 경우의 수가 상품이 됩니다. 기초자산의 만기일 가격뿐만이 아니라 가격변화의 '과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중요한 대표적인 파생상품은 Knock in, Knock out 옵션이고 이걸 거래한 대표적인 사례가 KIKO 사건입니다. 통상적인 거래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기초자산을 거래소에서 즉시 거래하지 않는다. 후일 어떤 상품을 얼마에 팔겠다는 약속부터, 돈을 미리 지급하고 상품은 후일 받는 약속까지, 약속이 거래대상이 됩니다. 즉 파생상품이란 근원자산을 거래하는 행위 그 자체를 상품화한 것입니다. 따라서 기초자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파생상품을 토대로 또 다른 파생상품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거래를 거래하는 거래인 셈입니다. 매우 복잡한 것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사실 사회의 많은 거래가 파생상품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촌에서 흔한 밭떼기 거래는 바로 선물거래에 해당합니다. 또 다른 예로 보험계약은 파생상품인 옵션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이들 파생상품의 가격은 근원자산의 실제 가격보다는 그 변동성에 영향을 받으므로 근원자산보다 훨씬 싼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예를 들어 1억 보상 상해보험의 가입비용은 1억보다 훨씬 싸다. 보상금 절대 액수 말고도 보험회사가 얼마나 자주 보상금을 지출해야 하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근원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파생 상품의 파생 상품의 파생상품 하는 식으로 파고 들어가면 근원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가격의 급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극소수 생산기업이 원유나 각종 금속자원을 실제로 필요로 하여 참여하는 선물거래를 제외한 모든 파생상품 거래는 동전뒤집기 수준의 도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스포츠 경기에 이길 팀이 어느 쪽이 될지 고르는 스포츠 토토처럼 금값이 오를지 내릴지에 배팅하는 금 선물 거래나 주가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풋콜을 생각하면 도박 이상 적당한 표현을 찾기 어렵습니다. 파생상품의 순기능을 해지 즉 위험 회피라고 하지만, 결국 이것 또한 반대쪽으로 배팅한 사람이 있어야 성립될 수 있고, 문제가 없다면 지속해서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하며, 만약 발생한다면 반대로 배팅한 사람이 모든 피해를 덮어쓰게 되는, 즉 한쪽은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되는 도박과 같은 흐름입니다. 파생상품 시장의 크기는 여기에서 currency and credit derivative(출처: 국제결제은행(BIS))에 있습니다. 물론 추측일 뿐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파생상품의 운용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며 위험회피, 수익추구다. 대한민국의 파생상품은 위험회피(Hedge)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수익추구형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이 터질 수 있습니다. 수익추구형 파생상품을 흔히 투기거래라고 합니다. Hedge 목적이 아닌 상품을 말하는 Speculative를 번역한 것인데, 단어의 어감 때문에 바꾸자는 말도 많다. 위험회피형 파생상품이 많은 대한민국 역시 수익추구형 파생상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른바 옵션이나 ELW 같은 것들이 수익추구형 파생상품입니다. 한때 한국은 주식시장보다 월등히 거대한 파생상품시장(2011년 KOSPI200 선물 거래량 세계 3위, KOSPI200 옵션 거래량 세계 1위(2위 S&P500 옵션보다 2.5배), 현물거래량 대비 무려 40배)을 갖고 있었지만,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 때문에 파생시장이 위축되었고 그에 연관된 금융업도 쇠퇴하며 주식시장의 거래량도 줄어들었다. 2016년 현재는 한국 증시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서 12위쯤 됩니다. 2016년 상반기 기준 한국 증시 현물(주식+채권)의 세계 시가총액 순위는 15위고 거래대금 순위는 16위이므로 파생 거래량이 증시 현물 거래량보다는 많지만, 이전의 40배 레버리지는 거의 없어진 셈입니다. 파생상품이 위험을 회피한다는 것은 파생상품 그 자체의 거래가 위험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생상품의 발행을 통해 원래의 상품을 보유한 자가 위험이 적어진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모형입니다. 예를 들면 특정 주식의 보유자가 미래에 해당 주식을 팔 계획이고 그동안 배당금을 받고 경영권을 행사하고 싶지만 팔 때의 가격을 지금 정하고 싶다면 선물을 매도합니다. 이 경우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주식의 보유자는 선물가격이 아무리 불리하게 움직인다 하더라도 선물의 만기일에 자신의 주식을 넘겨주면 되므로 위험이 없습니다. 이것은 이론이고 실제에선 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은 만기일에 실물을 넘겨주는 방식이 아니라 파생상품의 차액을 지급하는 차액결제방식이긴 하지만 결국 손익도 현물보유자에게 귀속되기에 별 차이는 없습니다. 그 적어진 위험은 바로 파생상품을 산 자가 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파생상품 그 자체가 더 위험한 것은 당연합니다. 쉽게 말하면 내 위험을 남에게 떠넘김으로써 나는 위험을 회피한다는 뜻입니다. 사용방법에 따라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근원자산의 위험성보다 수십~수천 배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Risk와 Crisis를 일괄적으로 위험으로 번역하는 것은 혼동의 여지가 있어 최근에 와선 국내 언론에서도 위험성이란 단어를 씁니다. 이것이 악용된 사례가 베어링 은행을 파산시킨 닉 리슨 사건이며, 이 경우는 손실을 은폐한 도덕적 해이와 그것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은행 조직 내의 허점도 주요한 원인입니다. 주식과 비교해서 파생상품의 큰 차이점은 바로 거래증거금입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지렛대효과가 위험을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KOSPI200의 거래액수는 (KOSPI200 지수 X 거래 승수(50만 원) X 상품 개수) 최소 상품 1개만 사더라도 KOSPI200의 지수가 200포인트일 경우 1억 원의 가치를 가진다. 여기서 1억 원을 한 번에 거래하기 힘드니 소액의 거래증거금을 제시하는데 보통 15% 내외로 입금을 해야 합니다. 결국, 1,500만 원으로 1억 원의 상품을 거래하는 것입니다. 다시 쉽게 설명하자면 1억 원에서 20% 수익이 남으면 2천만 원이 되는데 파생상품은 1,500만 원으로 2천만 원의 수익을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20% 손실이 발생하면 1500-2000=-500만 원이 되어 거래자는 빚을 지게 됩니다. 그래서 파생상품의 정의에서 금융상품 중에 원금초과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을 파생상품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내파생상품의 경우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하락 폭이 증거금보다 클 경우 추가적인 증거금 납부를 요구하고 증거금을 추가로 내지 않을 경우엔 거래를 강제로 청산시킨다. 이것을 외환차액거래강제청산이라고 합니다. 수익과 손실을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하고 각각의 가능성에 맞추어 파생상품을 사는 것이 위험을 회피하는 올바른 방법이지만, 한 가지 가능성에 몰아버리는 것은 거의 도박이나 다름없습니다. 이거 한번 잘못 물리면 “100%” 손실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파생상품 자체를 비판하는 의견도 많다. 특히 2008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나 국내의 2010년 옵션 쇼크 이후 이런 견해차가 많이 늘어났다. 워런 버핏은 금융의 대량파괴 무기란 표현을 쓰면서 비판하였다. 단, 파생상품이 주 영역이 아닌 사람인만큼 걸러 들을 필요는 있습니다. 2000년대 최고의 헤지펀드로 꼽히는 르네상스 기술처럼 파생상품으로 장기간에 걸쳐 고수익을 내는 펀드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다만 2016년 시점에 와서는 이런 비판적인 의견도 많이 줄어들었다. 앞서 말했듯이 파생상품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위험회피이고, 수조 원 이상을 굴리는 자산운용사라면 이런 파생상품의 도움이 없이는 경기변동이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대 측에서도 필요악 정도로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파생상품을 금융의 대량파괴 무기라 칭한 워런 버핏조차 주식선물에 대규모로 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이 언론을 타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주식과는 다르게 파생은 제로섬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일부 손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체주식시장참여자의 평균 수익률은 0% 이상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파생은 제로섬과 수수료 때문에 파생시장참여자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입니다.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은 파생상품시장이라고 불리며, 파생상품시장의 규모는 2010년 1월 현재 지구 전체 GDP인 60조 달러를 뛰어넘는 150조 달러로 추산됩니다. 다만 이는 명목원금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로 150조 달러가 움직이는 시장은 아닙니다. 명목원금을 기준으로 해버리면 몇백만 원 정도의 지수선물옵션 거래하는 대학생도 억대를 굴리는 자산가로 변신합니다. 거래 규모는 370조 달러-2008년 연간 거래액.-에 해당합니다. 이것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집계된 액수만이고, 장외시장은 시장도 다양하고 거래 규모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얼마나 더 거래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부터 엔론 파산의 직접적 원인이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엔론의 자산 규모보다 분식회계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 그 근거. 경제학자들은 엔론이 금융회사도 아니면서 거대 트레이딩 팀을 갖고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거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 엔론은 단순히 에너지 관련 파생상품뿐 아니라 본업과 관계없는 날씨 파생상품까지 대규모로 거래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국제 농수산업은 날씨 때문에 수익이 엄청나게 변동하기 때문에 날씨에 대한 보험수단을 들어놓을 필요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단지 엔론은 자기네랑 관계도 없는 상품에 투자한 게 문제가 되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기를 고의로 일으킨 덕분에 엔론은 그해에 파생상품 거래로 어마어마한 돈을 챙겼고, 그것은 통신 및 기타 분야의 적자를 덮을 만한 금액이었습니다. 엔론은 다음 해에도 파생상품을 대규모로 거래했는데, 하필 그해에 대사건이 터져서 엄청난 피해를 보았습니다. 3월에 랩터 조합의 정체가 폭로되어 회계 장부를 재조정했지만, 엔론은 9월 11일 전까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다른 유령회사들을 자진해서 청산할 정도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파생상품 원인설을 뒷받침합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이로 인한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 역시 문제의 이면에는 파생상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파생상품이 현실은 시궁창으로 빠진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투자은행들이 각종 파생상품 만들며 수익을 추구했는데 반해 이를 감시할 수단이 미비하여, 잠재된 위험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이번 경제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동의합니다. 심지어 파생상품을 발명한 사람들마저도 그러하다. 파생상품은 현재 지나치게 비대해진 규모와 투기거래로 인한 금융위기의 촉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은행에선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파생상품의 종류는 엄청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2011년 5월 주가 하락시에 이익을 얻는 파생상품을 산 50대 남성이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하여 지하철 역사에 초소형 폭탄을 설치하여 폭파하는 데 성공했으나 잡힌 경우마저도 존재합니다. 미국에서는 1998년에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파생상품을 규제하려고 했으나, 월가의 압력을 받은 미국의 재정부와 연방준비은행에서 바로 규제를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여 무산되었다. 2013년 12월 12일 한맥투자증권에서 전산오류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회사 자본금을 훨씬 웃도는 약 460억 원의 손실이 하루아침에 발생하였습니다. 금융당국은 이 사안을 구제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였으며, 회사는 파산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적으로 증권사의 잘못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후속 상황을 고려하여 계좌를 옮기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봅니다. 이런 염가매수 고가매도로 이득을 본 장본인은 외국인 투자자들. 이상기류 감지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손쉽게 이득을 취했다고 합니다. 결국, 2015년 2월 17일, 막대한 부채를 견디지 못한 한맥투자증권은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단,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이 사건의 원인은 파생상품의 위험성이 아니라 해당 증권사의 주문 실수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BNF가 엄청난 이익을 거뒀던 미즈호 은행의 주문 실수 사례가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굴리는 파생상품은 선물, 옵션, 스와프, ABS(자산유동화증권), 주가연계증권(ELS), ELW, CDS(국가 부도 확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전 세계에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CDO, FX마진, KIKO(키코) 등 수없이 많습니다. 전 세계에서 굴리고 있는 파생상품은 한국에서 만든 것은 일단 다 포함됩니다. 여기서부터는 그 외 것입니다. MBS/CMBS, 각종 인플레이션 상품들(너무 많다)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날씨에도 파생상품이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 FX마진을 포함한 CFD(contract for difference)도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금융의 의미보다는 원래 의미에 가깝게 사용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서 가수의 파생상품은 음반이고, 사업가/기업가의 파생상품은 사업/기업이고, 영화감독의 파생상품은 영화라고 얘기하는 형식입니다. 즉, 이런 사람들은 "개인도 개인만의 파생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라고도 말합니다. 그 예가 바로 로버트 기요사키이며, 그는 그 유명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입니다. 그리고 로버트 기요사키는 저서 <부자들의 음모>에서 파생상품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힌 바가 있는데, "뭣도 모르고 시작하면 뭐든지 위험하다."라는 식으로 말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파생상품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파생상품은 위에 나온 것처럼 달콤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가시를 가진 장미와 같습니다. 따라서 얕은 정보를 가지고 파생 상품에 접근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모든 투자는 반드시 거기에 따른 지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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